정부가 세계 첫 인공지능(AI)법을 목표로 ‘AI 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간의 생명과 안전, 존엄을 위한 AI 규제는 물론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법무법인 태평양과 인하대 법학연구소 AI·데이터법센터가 개최한 ‘AI의 법적 과제와 전망’ 세미나에서 이상직 태평양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의 ‘AI 기본법 제정을 위한 시론’을 발표했다.
이 변호사는 안전뿐 아니라 공정과 평등을 현저히 훼손하는 사항들을 규제해 AI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체적으로는 AI 원천 기술이 부족해 기술 표준 관련 국제적 협력이 불가피한 실정 등을 감안해 “‘AI 기술 지도’를 그려 강점이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해외의 AI 산업 발전 상황과 정치·경제적 요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AI 전략을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소위 빅테크 등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규제를 견딜 수 있는 내성을 갖춘 상태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미국은 후발 주자인 경쟁국들에 대해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높은 수준의 기술 표준을 요구해 기술 개발을 견제하면서도 현지의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다.
이에 맞서 EU는 인공지능법(AI Act) 제정을 추진 중이다. AI를 유형별로 나눠 미국 등 글로벌 기업 영향력이 큰 고위험군 AI를 중점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시에 EU 내 저위험군 AI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초안이 2021년 4월 나왔으나 법 제정에 유럽의회 투표와 27개 회원국 승인이 필요해 이 변호사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AI 기본법 등 ‘디지털 경제 기반 법제’를 마련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보고하며 “디지털 경제 근간인 AI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고하기 위해 AI 기본법으로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